편도 비대증으로 고생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모를 것이다. 일 년의 반은 목감기를 달고 살았던 딸아이의 편도 비대증 수술 후기를 생생히 기록하고자 한다.
1. 편도 비대증 절제술이란?
3세까지 편도는 면역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아직 몸의 면역체계가 자리 잡히기에는 한참 어린 나이니 이때까지 편도는 아주 큰 역할을 하는 셈이고 따라서 3세에 가장 크기가 크다고 한다.
하지만 3세를 넘어서면 편도는 더 이상 면역 기능을 하지 않게 되고 따라서 그 크기가 서서히 줄어드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목감기를 자주 앓았던 아이들은 편도에 염증이 생기고 붓고 가라앉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다른 아이들에 비해 편도가 클 수밖에 없다. 이것을 편도 비대증이라 부른다.
편도는 우리가 아~ 크게 입을 벌려보았을 때 육안으로도 구별이 가능하다. 아테노이드는 코 뒤쪽, 즉 목 윗부분의 편도라고 보면 된다.
편도비대증은 목안의 구조가 그렇게 타고난 것이니 유전이 많이 작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 역시 어렸을 때 편도 비대증으로 고생깨나 했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어릴 적 수술해버렸으면 좋았을 것을 미루고 미루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30이 넘어서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수술을 감행했다.
전신마취를 해야 하기는 하지만 수술 시간도 짧고 그다지 위험부담이 있는 수술도 아니다. 하지만 회복 기간이 상당히 고통스럽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아이들은 편도밑에 작은 막이 있어 편도를 살짝 제거해주기만 하면 통증도 많이 심하지 않고 워낙 세포재생력이 빠른 시기라 금방 제컨디션을 회복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린아이들의 편도 비대증 절제술은 4~7세 정도가 적기라고 한다. 유치원에 다닐 때나 초등학교 입학 전에 시키는 것이 가장 통증도 덜하고 학습에도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이리라...
2. 목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
30세에 편도제거수술을 한 이후로 나는 거의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편이다. 하긴 365일 달고 살았던 감기는 모두 목감기였으니까... 내가 그 고생을 했었기에 딸아이도 편도가 큰 것이 아닌지 항상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소아과에 갈 때마다 늘 선생님들께 물었다. "편도가 큰 편인가요?" 아니란다. 휴 다행~
이비인후과 선생님에게도 확인을 했다. 큰 편 아니고 딱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고 좀 더 자세하게 말씀해 주셨다.
다행히 나의 안 좋은 유전은 비켜나가나 보다 했다.
그런데... 유치원생일 때까지는 괜찮더니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어림없다. 1학년때부터 가끔씩 피곤하면 목 아프다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가끔 보약을 지어먹이거나 힘들게 보내던 학원을 하나하나씩 줄일 수밖에 없었다. 스케줄을 무리하게 잡지 않고 하교 후에는 낮잠도 한숨씩 재웠다. 그렇게 노력을 해도 아무 소용없었다.
2학년이 되자 목 아프다는 말을 아예 달고 살았다. 뭐 별다르게 피곤한 일이 없어도 엄마 목 아파, 엄마 목 아파... 나는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편도가 별로 크지도 않다는데 왜 저렇게 자주 아프다고 하지... 면역이 많이 약한가?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
3. 폐렴으로 발전한 목감기
2학년 2학기에 드디어 올 것이 왔다. 폐렴에 걸렸고 입원까지 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참 폐렴균 바이러스가 유행해서 주변에 안 걸린 아이가 아무도 없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
검사 결과 딸아이는 감기성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이란다... 응? 감기 바이러스가 폐렴까지 발전한다고?
3학년 1학기에도 마찬가지였다 또 폐렴... 또 입원... 검사 결과는 역시 감기성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
소아과 선생님은 일단 폐렴 증상을 잡는데만 온통 신경을 쓰시는 것 같았고 왜 감기 바이러스가 폐까지 침투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쭤봐도 별말씀이 없으시다.
엄마의 직감은 틀리지 않는 법... 이비인후과에 협진을 요청했다. 아니다 다를까 아도네이드 포함 편도가 큰 편이니 입을 벌리고 자는 습관이 생기게 되고 구강이 늘 건조하니 바이러스가 쉽게 침범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하신다.
울쌍이 된 엄마의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으신 체 쿨 하게 한 마디 하신다 "수술 밖에는 답 없어요"
암요~ 암요~ 제가 그 수술했는데 왜 모르겠습니까...
3. 무사히 끝난 수술, 그러나...
수술하기로 결정했다. 9세니 약간 늦은 편에 속한다. 폐렴 즉 하기도 감염을 앓았으므로 전신마취를 요하는 수술까지는 6주는 띄워야 하는 것이 원칙이란다. 6주? 그 안에 내 딸은 목감기를 6번은 더 할 것이다. 안 돼요~ 안 돼요~ 농성하다시피 해서 3주 후로 수술 날짜를 잡았다. (많이 급하지 않으면 4~6주는 지키는 것이 좋다. 폐렴이 재발할 위험성이 있단다) 수술은 정말 간단하게 끝났다.
9살이나 되어서 그런지 무서워하는 기색도 전혀 없이 수술 베드에 누워 "엄마 갔다 올게~ 병실에 가 있어" 하고 수술실로 들어간다. 언제 저리 많이 컸을꼬...
병실에 가 있기는... 수술실 앞에 쪼그리고 앉아 벌써 백번도 더 검색해 본 어린이 편도 비대증 수술 후기를 뒤져보고 또 뒤져본다. 수술 후는 그렇다 치고 일단 수술이나 무사히 잘 끝났으면... 마취에서 잘 깨야 할 텐데...
드디어 수술을 마친 담당 선생님이 먼저 나오신다. 크더란다... 절개 전 밖으로 보기에는 그렇게 많이 큰 편은 아니었는데 절개해보니 안 쪽으로 상당히 큰 편이었다고 하셨다.
특히 아데노이드가 많이 커서 이 정도면 잘 때 많이 불편했을 거라고 하셨다. (무심한 엄마... 늘 데리고 자면서... 자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는 경우가 많았다. 왜 그래? 빨리 자? 그럼 또 누워 잔다. 지금 생각해 보니 자면서 답답함을 느껴서 깼었던 것 같다. 딸 미안~ 빨리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선생님들이 다 안 크다고 하셔서...) 수술 후 절개한 편도를 찍어 놓은 사진을 보여주셨다.
네? 저렇게 큰 게 저 조그마한 목 안에 들어있었다고요? 오 마이 갓 ㅜㅜ 그래서 계속 목감기를 달고 있었던 거구나... 그날부터 딸아이의 힘든 회복기간이 시작된다.
4. 역시 만만치 않은 회복기간
오랜 기간 수없이 부었다 가라앉았다를 반복한 성인만이야 하겠는가만은 딸아이도 이미 9세기 때문에 유착이 심한 편이라 수술 시간도 좀 더 걸렸고 회복기간도 좀 걸리겠다... 나한테 하시는 이야긴지 혼잣말을 하시는 건지... 작게 말씀하시고는 쓱 지나가신다.
일단 먹을 수 있는 것이 없다. 차가운 죽, 연두부, 정체 모를 건더기 전혀 없는 국, 익지 않은 물김치가 전부다. 뜨거운 것도, 매운 것도, 덩어리 진 것도, 틔긴 것도, 신 것도 다 안 된다. 수술 부위에 자극을 줘서 출혈이 나는 경우가 가끔 있단다.
내가 수술했을 때도 수없이 당부의 말을 들었고 4주간을 그렇게 먹고살았더니 정확하게 내 몸무게의 10%가 빠졌다. (다이어트를 원하시는 분은 강추: 농담입니다)
하지만 너무 괴로워하지는 마시길...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은 많이 먹으면 많이 먹을수록 좋다. 차가우니 부기를 가라앉혀 통증을 완하 시킨다. 그래서 편도수술하니까 아이스크림 실컷 먹을 수 있다고 좋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딸아이는 3개 먹고는 끝... 더 이상 아이스크림은 꼴도 보기 싫다고 했다. 정상적으로 밥을 먹고 활기차게 생활을 할 때나 맛있는 것이 아이스크림인가 보다. 껌을 씹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그것도 싫단다.
5. 그냥 퇴원하세요 (시간이 답)
마취기운이 풀리면서 점점 통증을 호소한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후기대로 진통제 주사를 부탁했다. 맞으면 언제 아팠느냐는 듯이 쌩쌩하다. 4번 맞았다. 그런데... 소아의 경우 더 이상은 진통제주사를 놔줄 순 없단다. (아무래도 신장이나 간에 무리가 갈 수 있겠지)
그럼 병원에서는 더 이상 해줄 일이 없고 먹는 약에 진통제가 들어가 있으니 이제 집에 가란다. 네? 약간 쫓겨나는 듯한 느낌으로 퇴원했다. 그래... 병원에 있어봤자 아프다고 해도 이제 주사는 없다. 아파도 집에 가서 아프자...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4주를 딱 채울 때까지 시체모드를 유지했다. 목 아프다면서 밥도 죽도 아이스크림도 도통 먹으려 들지를 않는다. 야! 쌩으로 굶을 거냐? 안 그래도 너무 날씬한데?
옛다 모르겠다. 10일쯤 지나면서는 죽도 끊었다. 도저히 못 먹겠다는 것을 어떻게 하랴. 그냥 하얀 쌀밥만 먹는다. 아무 반찬도 없이... 시간은 시나브로 흐르고 저 정도면 이제 웬만한 것 같은데 이제 덜 자극적인 것으로 조금씩 먹어보자...그리고 공부도 좀 하자... 안 된단다.
그리고 정확히 4주째 되는 날... 마침 그날은 아빠의 생일이기도 했다. 당당히 뷔페에 갈 것을 요구한다. 누구를 위한 뷔페냐? 구실은 아빠 생일... 속내는 그동안 못 먹은 것을 마음껏 먹으리라... 리스트를 다 짜놓았단다. 뷔페에 데리고 가도 2~3 접시 이상은 못 먹는데 뷔페의 초밥이랑 육회는 혼자 다 먹어치운 것 같다. ㅋ
폐렴... 입원... 퇴원... 또 입원... 수술... 4주에 걸친 회복기간 너무 힘들었다.하지만 어느 날 딸아이가 말한다.
엄마 수술하기 잘한 것 같아.
그 뒤로 딸아이는 단 한 번도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 1학년 때부터 결석 일수가 반에서 가장 많았었는데 당연히 지각, 조퇴, 결석 없다. 이 후기를 보시고 망설이고 계신 분은 얼른 이비인후과 선생님과 상의하세요. 그리고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시면 빨리 시켜주세요. 회복기간이 힘들기는 하지만 그 시간 금방 가고 삶의 질이 달라집니다. 이상 9세 여야의 조금 늦은 편도절제술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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