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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일기

시간 관념이 없는 아이, 특단의 조치

by 라일락꽃잎 2024.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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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딸아이가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는 저학년의 경우 8시 40분까지가 등교 시간이다. 8시 40분은 정말 마지막 마지노선이라 보면 되겠다. 보통은 8시 20분까지 도착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 보냈는데 아이의 말로는 8시 20분까지 가면 반 이상의 아이들이 이미 등교해 있다고 한다.
딸아이는 시간 개념이 전혀 없다. 1학년 때는 1학년이라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1학년 2학기 수학 시간에 시계 읽는 법도 배웠으므로 시계를 읽을 수 있고, 못 읽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만약 아날로그식 시계를 못 읽는다면 핸드폰도 가지고 있으므로 그냥 숫자를 읽으면 된다. 그냥 시간 자체를 보지 않는다.
나만 늘 바쁘게 제발 시계를 좀 봐... 이러다 지각하겠어...라는 말을 하루 아침에도 30번은 하는 것 같다. 내가 재촉하면 조금 빨리 움직이다가 돌아서면 또 딴짓을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입이 짧은 아이라 특히 아침에는 어떤 메뉴를 해 주어도 도통 잘 안 먹는다. 안 먹히는 것을 억지로 어떻게 하겠는가? 정 답답하면 초등학생이 된 아이를 떠먹여 줄 때도 있었다. 교육적으로 몹시 나쁜 방법인 것은 알지만 많이 마른 편이라 이제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엄마의 다짐이 또 무너지는 순간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tv를 켜놓거나 핸드폰을 보면서 밥을 먹는 건지 그냥 입에 밀어만 넣는 건지 시간은 자꾸 가는데 한참을 밥과 씨름만 하고 있다.
이건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교육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외동이기도 하고, 워킹맘도 아니기 때문에 나의 생활의 모든 초점은 다 딸아이에게만 맞춰져 있었다. 입에 밥을 떠먹여 주듯이 하나하나 내가 다 챙겨주면서, 그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스스로 챙길 수 있는 날이 오겠지...라고만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평소에 걸음도 빠르고, 말도 빠르고, 행동도 굉장히 빠른 편인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지만 시간을 좀 넉넉하게 주면 아침부터 소리 지를 일이 없지 않을까 싶어서 7시에 깨워 보기도 했다. 하지만 어젯밤에도 늦게 잤으니 일찍 일어나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날 수 있도록 9시 이후에는 어떤 스케줄도 없다. 그냥 책 좀 읽다가 자면 된다.  하지만 이것 역시 내가 따라다니며 잔소리를 하지 않으면 12시까지 안 잘 때도 있다. 사연은 구구절절하다. 여기저기 불도 다 껴야 하고, 보일러 온도도 점검하고 (이미 내가 다 했다) 엄마, 아빠에게 잘 자~ good night 인사를 도대체 몇 번을 하는지 모르겠다. 늦게 잤으니 아침에 개운하게 일찍 일어나질 리가 없고 입맛은 더욱 없을 것이다. 그러면 그런대로 빨리 준비해서 지각하지 않도록 시간에 맞춰 행동하고 아~오늘은 밤에 일찍 자야지...라는 생각이 돌아가야 정상이다.
그동안 나는 하나만 생각하고 그 이상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이가 지각을 한다면 담임선생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까... 그리 고운 시선은 아니겠지... 그래서 밥도 내가 먹여주고 양치도 내가 시켜주고 가방 점검도 내가 다 해주고, 빨리빨리를 수 없이 외치며 단 하루도 지각하는 일없이 작년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2학년이 되었지만 전혀 변화가 없는 딸아이를 보며 나는 깨달았다. 스스로 깨달아야 행동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어제부터 나는 특단의 조치, 초강수를 두었다. 
딸아이는 어제도,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아마 지각을 했을 것이다. 축지법을 쓴다고 해도 집에서 학교까지 3분 안에는 못 갈 거리다. 시간에 맞춰 학교까지 걸어가는 길에는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들로 넘쳐나지만 8시 35분이 넘어 집에서 출발했으니 아마 거리는 한산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아이들이 이미 다 와 있는 교실문을 마지막으로 열고 들어갔을 것이다. 평생을 모범생으로 살아왔던 나로서는 정말 울고 싶은 상황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렇게 느그적 거리면 지각한다라는 말을 수천, 수만번은 더 했지만 아이는 전혀 변하지 않는 것을... 엄마가 아이의 인생을 언제까지나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스스로 해 봐야 깨달음도 있고 발전도 있을 것이다. 물론 마음은 너무 아프지만 계속해서 모른 척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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