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 하루해가 무섭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아이들은 빨리빨리 쑥쑥 큰다는 뜻인데 초등학교를 보내보니 더욱 실감이 난다. 내 아이는 과연 또래집단 속에서 건강한 자기 주장을 할 줄 아는 아이로 크고 있을까?
1. 너는 얘랑 놀지마.
1학년 단짝친구와 다 떨어지고 2학년이 된 딸아이는 금방 좋은 친구를 새로 사겼다. 착하고 순하지만 야무지고 경우도 참 바른 아이다. (이 아이를 a로 지칭하기로 하고), 몇 달 지나자 b란 아이도 같이 셋이서 논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더니 이제 a랑은 같이 못 놀게됐어...라는 말을 한다. 이 무슨 ㅜㅜ
2학년은 1학년과는 확연히 다른 것 같다. 비밀도 많아지고 꼬치꼬치 물어도 잘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a랑 잘 맞는 것 같더니 속상하겠구나...말해주고 그냥 넘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a의 엄마가 나랑 꼭 만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역시 b 이야기였다.
a엄마와 이야기를 맞춰보니 딸아이와 a사이에 b가 끼어들어 걸그적거리는 내 딸은 쳐내버리고 마음대로 하기 좋은 a를 소위 "꼬붕"으로 만들었던 것!
a엄마는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 있었고 나에게 도와달라고 SOS를 친 것이었다.
내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겠는가? 딸아이와 a는 3월달부터 친했었고 서로 성향이 잘 맞는 좋은 사이였다.
근데 내 딸은 b가 a와 못 놀게 하니 좋아하는 a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고 a는 내 딸이 좋으면서도 b의 꼬붕 노릇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 놔~
쉽게 말해 둘이서 하나를 어찌 못 하고 있었던 것!
b가 그렇게 무섭나? 그래봤자 1:2인데?
2. 싸우더라도 용기를 내자.
일단 a가 용기를 내서 나는 이제 너하고 친구 안 할거라고 b에게 이야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 딸도 지원사격을 열심히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둘이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그래도 b가 감당이 안 되면 엄마들이 도와주겠다고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일단 작전 성공했다. 당황한 b는 a에게 붙었다가 내 딸에게 붙었다가 쟤는 너를 싫어해... 이간질 작전도 썼다.
딸아이에게 "나는 a가 좋고 a도 나를 좋아해. 우리둘이 친하게 지내는데 왜 네 허락이 필요해? " 강하게 이야기하라고 코치해주었다. a의 엄마 이야기에 의하면 a가 b때문에 속상해 악몽을 꾸기도 했다고 한다. 결론은 잘 마무리되었고 지금은 딸아이와 a는 둘도 없는 단짝이 되었다. a엄마와 나도 친해졌다.
나는 b라는 아이를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이미 안 좋은 소문이 무성한 아이였다. 그 아이도 이번 기회에 그런식으로 행동하고 말하면 결국 모든 친구가 떠나간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
이런 일이 없고 3월부터 쭉 딸아이와 a가 단짝으로 지냈으면 더 행복했을 2학년이었겠지만 둘 다 좋은 공부를 했다고 생각한다.
언니가 있어서 그런지 2학년이 쓰기에는 못된 말도 잘 하는 b에 눌러 그야말로 건강한 자기주장을 전혀 못 하고 있었던 것!
나중에 들어보니 b가 a와 못 놀게해서 딸아이는 화장실에서 울곤 했다고 한다. ㅜㅜ
3. 건강한 지기 주장, 가정에서부터...
평화와 사랑의 나라에 착하고 순한 아이들만 있는 곳이 학교가 아니다.
정말 별의별 아이들이 다 있다. 그 사이에서 한 번 크게 싸우더라도 건강한 자기주장을 할 수 있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
그 경험은 가정에서 먼저 시작되어야한다는 전문가님들의 강의를 많이 들었다.
부모와 혹은 다른 형제와 갈등이 있을 때, 일방적으로 자기 편을 들어주기 바라거나 울어버리거나 삐지면 곤란하다.
그래서 네 생각은 어떠한지 설명해보라고 기회를 주고 중간에 자르지 말고 반드시 경청해주어야 한다.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 학창시절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우관계가 원만해야 학교가는 것이 즐겁고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야 공부도 잘 한다.
나는 어쩌면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었던 사건을 먼저 말해준 a엄마가 고맙다. 아이가 어릴수록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주변엄마들과의 네트워크가 어느 정도는 꼭 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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