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져 나도 딸 한 명을 키우고 있고, 주변을 둘러보아도 거의가 하나나 둘, 그 이상을 키우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자녀의 수가 적다 보니 교육열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사교육을 어느 정도나 시켜야 하는지, 어느 수준까지 선행을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다.
이때 부모가 중심을 잡지 않으면, 사춘기를 지나, 정작 제대로 실력을 발휘해야 할 고등학교에 가서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져 버릴 수도 있다.
보다 길게 내다보고, 무리하지 않아도 결국은 우등생이 될 수 있는, 적당한 사교육과 선행 학습의 수준을 정리해 보았다.
1. 내가 범했던 오류와 후회
딸아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초등 입학하기 전까지는 문화센터 정도만 다녀보았을 뿐, 아무런 사교육도 시키지 않았다.
공부는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고, 결혼 전 과외 교사를 했었기 때문에 집에서 이것저것 시키기는 했다.
한글도 웬만큼은 읽고 쓸 수 있을 만큼, 수학은 초2 정도까지는 선행을 시켜서 학교에 보냈다.
하지만 학교 선생님도 자기 자식은 못 가르친다더니, 엄마가 집에서 가르치는 것은 역시 쉽지 않았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괜히 아이에게 공부에 대한 나쁜 선입견만 심어준 것은 아닌가 반성이 되기도 한다.
만일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다른 접근법을 택할 것 같다.
무엇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어느 정도 수준까지 높이느냐에 목매지 말고, 보다 넓게 많은 것을 접하게 해 주는 것을 목표로 삼을 것 같다.
그때의 나는 잘 몰랐기에 불안했던 것 같다.
누구누구는 무엇 무엇을 얼마나 시킨다더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것도 시켜야 할 것 같고, 저것도 꼭 시켜야만 할 것 같았다.
시키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그것을 다 시키지 않으면 다른 아이들에게 뒤처질 것 같고, 미리미리 선행을 시켜두지 않으면, 학교 가서 제대로 따라가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끊임없이 나로 하여금 무리수를 두게 했다.
나의 불안감은 자꾸 아이를 야단치고 잔소리하게 되는 것으로 연결되었다.
어떻게 해서든 자극을 주어서 많이 시켜야 된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방법이 먹힐 리 없는, 아직은 너무 어린아이라는 걸 이제야 깨닫다니, 그때의 나의 어리석음이 참으로 반성이 된다.
지금도 그 걱정과 불안감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5가지의 원칙을 정하고, 더 이상은 휘둘리거나, 갈팡질팡하지 않기 위해 매일 마음을 다잡는다.
2. 사교육과 선행의 원칙
1.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공부정서다.
아이는 로봇이 아니다.
아직 어린 수준이지만 생각과 감정이 있는 독립된 유기체다.
아이가 아직 어릴 때는 엄마의 강압으로 억지로 시키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서, 적절한 보상을 주거나 혼을 내서 겁을 먹게 할 수도 있다.
바로 내가 썼던 방법인데, 자식 문제에 관한 한 객관적이고 냉철하기 어려운 것이 사람인지라 자칫 역효과가 나기 십상이다.
아이의 수준과 성향을 최우선으로 두어야 한다.
엄마가 세운 목표를 향해 엄마가 세운 방법과 진도대로 따라오지 못할 때에도,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공부에 대해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게 해 주는 일이다.
공부는 재밌는 것, 해 볼만 한 것, 나는 그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잃으면 그 어떤 것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억지로 집어넣었다고 해도, 깊이 있게 이해했을 리 없고, 시간이 지나면 금방 다 까먹는다.
지금은 썩 잘하지 않더라도,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긍정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면 얼마든지 따라갈 수 있다.
하지만 한번 잃은 자신감을 되돌리는 것은, 이미 머리에 새겨져 버린 "공부는 괴롭고 고통스러운 것"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명심하자.
2. 무리되지 않은 선에서 시켜야 꾸준히 갈 수 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태권도 학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공부도 잘할 수 있고, 육체적 자신감이 강한 정신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운동 한 가지만큼은 꾸준히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난생 처음 학교라는 곳에 적응하는 것만도 힘들 텐데, 학교 마치고 바로 태권도까지 가야 하니 제법 피곤했을 것 같다.
다행히 그런대로 잘 적응하는 것 같아, 5월부터는 미술학원도 시작했다.
저학년일수록 그림으로 표현하는 교과가 많아,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하교 후, 학원 2군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이미 4시 반이다.
요즘 아이들의 학습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문해력이라고 하니 책도 읽혀야 하고, 영어공부까지 시키고 나면 벌써 자야 할 시간이 되버렸다.
학원을 두 개로 늘리고 일주일이 지나서 아이는 크게 감기 몸살을 앓았다.
학교를 이틀이나 결석해야 했고, 물론 학원도 통으로 빠졌다.
나는 모든 스케줄을 재조정했다.
책을 읽히는 것도 중요하고, 영어공부도 꾸준히 시키는 것도 좋지만, 집에 오면 무조건 푹 쉬게 해 주었다.
많이 고민하고 알아보고 시작했던 태권도와 미술학원이었다.
아이가 부쳐 한다면, 빠지지 않고 학원 두 군데 잘 다니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방학을 이용해 좀 더 책을 많이 읽게 해도 되고, 2학년이 되면 더 튼튼해질 것이므로 그때 늘려도 될 것이다.
3. 공부의 중심축은 공교육이다.
학교에 입학하고 예체능 중심으로 학원을 선택하고 나니, 공부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 잡았다.
아무리 사교육 홍수의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사교육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이지 공부의 중심축은 당연히 학교공부다.
대한민국 최고의 교육전문가들이 심혈을 기울여서 집필한 교과서로, 아이들의 발달 수준에 맞게, 차근차근 실력을 올릴 수 있도록 고안된 커리큘럼에 따라 진도가 나간다.
지금 학교에서 하고 있는 내용을 잘 따라가지 못한다면 다른 방법도 고민해 봐야겠지만, 착실히 잘 따라가고 있는 것을 보고, 학교 교육과 무엇보다도 내 아이의 잠재능력을 믿기로 했다.
학교에서 풀었던 문제나 교과서를 보고, 실수한 것은 바로 잡아주고, 중요한 것은 다시 한번 강조해 준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최대한 집중해서 선생님의 말씀을 잘 따라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응원해 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4. 부모가 바른 정보와 지식을 알고 있어야 불안하지 않을 수 있다.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현직 선생님이나 유명 강사들, 교육전문가나 소아청소년과 교수님들의 강의를 열심히 듣는다.
구체적으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무엇을 가장 신경 써서 준비시키고,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좋지만, 가장 도움이 된 것은 더 이상 불안하지 않다는 것이다.
학원은 상업적인 요소를 배제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엄마가 제대로 된 목표와 방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면 여기저기 다른 이야기에 휘둘리기 마련이다.
이미 많이 시키고 있는데도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조바심을 내게 된다.
하지만 아이의 성장단계와 정서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에 맞춰 시기적절한 방법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바른 정보와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5. 선행은 아이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
선행을 시켜서 나쁠 것은 전혀 없다.
먼저 보고 들어가면 그만큼 앞서나갈 수 있고, 좋은 성과를 내면 그만큼 자신감도 향상될 것이다.
하지만 선행은 자칫 잘 못 하면 독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칼과도 같다.
모든 교과는 아이들의 발달 수준에 따라 차근차근 단계를 높일 수 있도록 치밀하게 짜여져 있다.
앞의 부분을 깊이 있게 체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선행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 또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내 아이가 특별한 영재가 아닌 이상 더 혼란만 주는 것 같았다.
앞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했고, 먼저 배우고 익히는 것을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고 오히려 즐긴다면 선행을 많이 시켜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는, 지금 학교에서 나가고 있는 진도대로 정확히 다지고 올라가는 것이 길게 내다보았을 때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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