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보통 패드라고 불리는 미디어 기기를 사용해서 공부를 많이 합니다.
기계 대여비, 함께 오는 책자들, 전담 선생님의 체크까지... 가격은 결코 저렴하지 않지만, 워낙 많은 콘텐츠가 재미있는 구성으로 짜여 있으니, 어린이들은 호기심을 느끼고 흥미 있게 잘 따라 합니다.
물론 이전에는 없던, 이런 첨단기계를 활용한 학습법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에는 균형이 제일 중요한 법입니다.
미디어 기구를 이용한 학습의 장단점과 슬기롭게 활용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1. 수동적인 학습법 VS 능동적인 학습법
보고 듣는 것은 수동적인 학습법입니다.
아이가 집중해서 듣고 잘 따라 한다면, 시청각적으로 잘 구성되어 있는 미디어 학습법이 처음에는 상당히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스타일의 공부에만 익숙해진 아이들은 그 틀에서 잘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대비되는 능동적인 학습법은 책을 읽고 스스로 문장을 이해하고, 모르는 단어를 찾고, 답을 찾아가는 학습법입니다.
국어를 예를 들어 볼까요?
저학년의 경우는 아직 한글이 서투르기 때문에, 많은 그림이 주어진 책으로 공부하게 됩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그림의 양은 줄어들고, 글밥도 많아지며, 문장도 복잡해집니다.
그림이라는 내용 이해의 결정적인 실마리 없이, 오직 자신의 사고력을 바탕으로,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모든 교과를 이해해야 하는 시기가 오게 됩니다.
미디어를 통해 읽어주는 것을 보고 듣는 수동적인 학습에만 길들여진 아이들은, 자신이 그 내용을 이해했고 다 알고 있다고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 스스로 문장을 해석하고 뜻을 정확하게 파악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제공되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며 학습하는 어린이는 사고력과 창의력 발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문장의 구조, 단어의 뜻, 문맥 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해석과 통찰력을 발전시키게 되고, 문학적인 요소나 작가의 의도도 조금씩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이번에는 수학의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미디어에서 선생님이 문제를 풀어주는 과정을 보고 이해하는 것은 수동적인 학습에 해당합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풀이를 보며, 자신도 풀 수 있다고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거나 깊은 이해력을 발전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반면, 스스로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낑낑거리는 과정은 능동적인 학습에 해당합니다.
아이들은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집중하고,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오류와 실패를 통해서 사고력이 커 나가고 발전해 갑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적 사고, 문제에 대한 깊은 수준의 이해를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통해 배움을 얻는 것은 어린이의 자기 주도성과 학습 동기를 높여 줍니다.
2. 학습만화도 책은 책이잖아요?
그럼 미디어를 활용하지 않는 학습만화의 경우는 어떨까요?
학습만화는 흥미 유발과 시각적인 자극을 통해서 지식을 전달하고 학습 동기를 높일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도구입니다.
그러나 그림이 없는 책도 읽을 수 있는 고학년의 책 읽기 방식을 어릴 때부터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림이 있는 책이나 학습만화를 통해 얻게 되는 여러 가지 지식도 분명히 의미가 있고,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쉽게 접근한다는 장점은 분명히 있지만, 그림이 없는 책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더 근본적이고 깊이 있는 학습 능력을 키워줍니다.
그림이 없는 책을 읽는 것은 상상력과 추상적인 사고를 발전시키며, 문장 구조와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고 기억하는데 더 큰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학습법은 어린이들이 다양한 주제와 글쓰기에도 보다 능숙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3. 미디어 기기와 학습만화는 "마중물" 정도로만 이용하세요
"마중물"이라는 단어를 알고 계신가요?
펌프에서 물이 나오게 하려면
처음에는 아무리 열심히 펌프질을 해도
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물을 한 바가지 정도 부어주고
펌프질을 하면
그때서야 펌프에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옵니다.
패드 같은 미디어를 통한 학습법이나 학습만화를 이 "마중물"의 개념 정도로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능동적인 학습법이 효과가 좋다고 해도, 아이들이 처음부터 거부감을 가지고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면 억지로 지속해 나갈 수는 없습니다.
일단 공부는 재미있는 것, 세상에는 내가 알아야 하고 배워나가야 하는 신기하고 새로운 것이 많다는 자극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매체들을 슬기롭게 활용하십시오.
그러나 그 수준에서 머물려서는 절대 안 됩니다.
펌프에 물을 한 바가지 넣어 주었으면, 이제 열심히 펌프질을 할 차례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상상하고 유추해서 문제를 풀 수 있는 모든 힘은 바로 "사고력"에서 나옵니다.
아이들의 사고력을 자극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학습법은 부모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패드보다 훨씬 더 좋은 공부 친구는 바로 부모님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스스로 읽었던 것을 조리 있게 말로 설명할 수 있는지,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기억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너는 그렇게 생각했구나? 그래서 어떻게 되는데? 너의 느낌은 어땠어? 다음은 어떻게 될 것 같아?"
이 과정에 맞고 틀리고의 개념은 없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사고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점차 그림이 줄어들고, 긴 문장도 집중해서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차분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정해주시고, 가장 효과적인 것은 부모님께서 항상 책과 함께 하는 모범을 보여주시는 일임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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