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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학습법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의 특징

by 라일락꽃잎 2024.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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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나는 20년 차 과외 선생님이었다.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아이들을 가르쳤던 기간 포함) 그렇게 오랜 기간 아이들을 가르쳤으니, 별의별 유형의 아이들을 다 겪어 본 셈이다. 꽤 잘하는 아이도 많았고, 그저 그런 아이, 도저히 어디서부터 손을 데어야 할지 선생인 나도 감이 안 잡히는 아이까지... 물론 나는 그 어떤 아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과 비법을 총동원하여 가르쳤지만 결과가 그다지 좋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그 세월을 거치며 내가 깨달은 것은 공부를 잘한다면 그 이유도 여러 가지일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 또한 여러 가지가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는 것이다. 나의 경험을 기준으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공통점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공부 머리

 

공부 머리... 물론 중요하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현재 성적과는 상관없이 확실히 공부머리가 좋은 아이, 그렇지 못 한 아이가 분명히 있다. IQ와도 상관이 있을 것이며, 잔머리, 기억력, 사고력, 이해력...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공부 머리가 좋다는 것은 당연히 출발선부터가 다르다는 뜻이다. 운동선수로 따지면 달리기가 빠른 것과 비교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의 경험으로 보면, 공부머리가 좋다는 것이 좋은 성적의 그리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 물론 너무 쳐져도 곤란하겠지만 때에 따라서는 월등히 좋은 것보다는 중간정도 공부머리를 가진 아이들의 결과가 나은 경우도 많다. 공부는 자신감도 중요하지만 겸손함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공부머리만을 믿고 대충대충, 설렁설렁 공부하는 습관이 들어버린 경우는 길게 가도 중학교 2학년 정도가 되면 더 이상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만큼 교과가 많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무슨 대단한 학자나 발명가를 뽑는 시험도 아니기에 초, 중, 고등학교 과정은 중간 정도의 머리를 가지고 성실하게 꾸준히 노력한다면 공부머리가 좋은 아이들에 비해 결코 불리할 것도 없는 싸움이다.

하지만 역시 공부머리가 좋은 친구들이 한없이 부럽고 그것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아이들도 꽤 있다. 부질없는 감정 낭비다. 설사 아주 공부머리가 좋아 거의 공부를 안 하고도 성적이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아이가 몇 명 있다면 극소수의 그 아이들에게 몇 자리 양보하고도, 나의 성실성으로 차지할 수 있는 상위권의 자리도 얼마든지 남아 있기 때문이다.

 

2. 건강 상태

 

결코 무시 못 할 항목이다. 아무리 열심히 하고 싶어도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 자꾸 생긴다. 하지만 유독 몸이 약한 아이들이 더러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초등 고학년에서 고등학교까지는 한창 성장기이기도 하고 노화가 시작되는 나이도 아니니 대부분 기운이 좋기 마련이다. 특별히 몸이 약한 축에 속하는 아이들은 마음은 아프지만 공부 외에 과도하게 에너지 소모가 많은 다른 활동을 보통의 친구들보다 적게 할 수밖에 없다. 

또 요즘 대부분의 아이들은 지병 하나씩은 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토피도 많이 늘었고, 비염이나 각종 알레르기 질환,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 주변을 둘러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환경이 오염되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딱히 완치의 개념도 없는 질병들이기도 하고 학습에 꽤 많은 불편을 주는 질환들이다.

이뿐만 아니라 과도한 공부 스트레스로 인해 심인성 질환을 앓는 친구들도 꽤 많다. 아침에 학교만 가려고 하면 배가 아프다던지, 딱히 잘 못 먹은 것도 없는데 잘 체하거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친구들도 있다. 대부분 당연히 꾀병은 아니고 이 또한 심리적인 원인에 의한 것으로 아이는 진짜 통증도 느낀다고 한다.

워낙 편식이 심하고 인스턴트식품이 성행하며 야채를 입에도 대지 않는 아이들이 많으니 변비로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꽤 많다.

이 항목은 다른 항목보다 더욱 부모님의 협조와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항목이다. 짧게 잡아도 12년은 수능을 향해 달려야 하는 아이들이다. 당장의 성적으로 모든 것이 결정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부담감을 주지 말고, 균형잡힌 식사를 챙겨주고 충분히 쉬고, 특히 잠을 푹 잘 수 있도록 시간조절을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정말 중요하다.

나 또한 잠이 많은 체질이라 고등학교 때도 하루 7시간 이하로 자 본 적이 없다. (물론 자랑은 아님) 최근 들었던 영어 일타 강사 조정식 강사님도 제발 잠을 줄여 공부할 생각 하지 말아라는 말씀을 하셨다. 전 과목 다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영, 수 두 과목을 잠이 부족해 머리가 개운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부해야 한다면 차라리 좀 더 자고 맑은 머리로 공부하는 것이 결과는 더 좋을 것이다.

 

3. 정서적 성숙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이유가 100가지 정도 된다면, 못 하는 이유도 100가지는  될 것이다. 나는 그중에서도 "정서적 성숙"을 가장 큰 인자로 뽑고 싶다. 정서적 성숙의 뜻을 굳이 풀이해 본다면  "물론 하고 싶지는 않지만 왜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고, 하기 싫은 자기 마음과 싸워 이길 수 있는 힘"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학습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기라 바짝 고삐를 조여야 할 때인데 하필이면 사춘기와 겹치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들도 정도가 약했던, 심했던 다 겪어보았을 그 질풍노도의 시기, 어른들이 하라는 일이면 이유 불문 무조건 더 하기 싫어지고, 나는 누군지 왜 사는지 어디로 가는 건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부터, 신체적인 변화와 이성에 대한 관심 급증 등 공부와 멀어질 수밖에 없는 수많은 난관들이 버티고 있는 그때가 바로 사춘기이다.

이 시기를 가급적이면 짧게, 그래도 자기 할 일은 해가면서, 슬기롭게 지나는 일이 성적을 유지하는데 정말 중요하다.

20년동안 안 가르쳐본 학년은 없지만 특히 중학생을 가장 많이 가르쳤었다. 대부분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시기였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었다고 특별히 어떻게 대처를 해주어야겠다던지 무슨 특별한 방법은 없는가 고민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 시기에는 감정을 건드리지 말고 그저 조용히 지나가기를 기다려 주는 수밖에 없다.

10년 전에 중1 남자아이를 가르쳤던 적이 있었다. 딱 사춘기가 절정이었던지라 평소에도 대답을 잘하거나 웃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그런대로 공부 습관은 잘 잡혀 있던 아이라 진도는 잘 나가지는 편이었다. 어느 날 수업을 하러 오기는 왔는데 단 한 마디도 대답을 안 한다. 책도 안 펴고 공부를 할 마음이 전혀 없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 마음속으로는 당황을 하긴 했지만 오늘 기분이 안 좋으면 조금 쉬었다 할까...라고 이야기 하고 그냥 주저리주저리 내가 살아온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들을 해 주었던 것이었다. 너 지금 왜 이러니? 공부하러 와서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다그치는 말은 일절 하지 않았다.

한 시간쯤 지나고 나니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한다. 한참 울고 나더니 공부해요... 하길래 한 시간 정도만 하고 마쳤던 기억이 있다. 아이를 믿고 그저 바라봐 주는 것, 때로는 한 없이 기다려 줄 수 있는 지혜도 필요하다.

 

4. 가정환경 

 

3번 항목과 더불어 가장 결정적 요소가 아닌가 싶다. 이것은 결코 경제적 여유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보다는 여유가 있는 것이 훨씬 좋겠지만 가족 간의 화목한 분위기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부모라는 이유로, 내 자식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때로는 아이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상처를 주게 되는 경우도 많다.

내가 가르쳤던 많은 아이들 중에는 굳이 내색은 하지 않아도 여러 가지 가족 간의 상처를 마음속에 품고 있는 아이가 많았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나를 많이 닮았겠지만 나의 복사판은 아니다. 어리다고 해서, 인생을 먼저 살아 본 선배라고 해서,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강요는 금물이다. 스스로 결정하고, 실패도 해 보고,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너의 곁에는 언제나 너를 응원하고 사랑해 주는 가족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5. 공부 습관

 

나는 지나친 선행도 반대하는 입장이며 특히 어린아이들은 몸과 뇌의 구조가 놀이를 원하고 있고, 놀면서 성장한다는 것을 굳게 믿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나라고 해서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를 마냥 놀리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쉬고 놀 수 있는 시간도 확보해 주지만 1학년이면 1학년만큼의, 2학년이 되었으면 2학년만큼의 공부량과 공부습관을 확립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결코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초등 저학년일 때는 펑펑 놀다가 이제 고학년이 되었으니 하루 2~3시간은 공부해야지... 한다면 어떤 아이가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하루에 수학 딱 한 바닥을 풀더라도 집중해서 꾸준히 하는 습관을 키우며 성장한 아이들은 확연히 표가 난다. 반대로 본인은 도저히 못 하겠는데 억지로 시켜서 어리기 때문에 제대로 된 반항도 하지 못 한 체 꾸역꾸역 따라왔던 아이들은 절대로 성적이 잘 나오질 않는다. 잡혀서 앉아만 있었을 뿐,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마음과 정성을 다해 공부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억지로라도 시키는 것이 전혀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공부에 대한 반발심만 커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시간이 흘러 스스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를 도리어 막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내가 가르쳤던 아이 중에 가장 좋은 성과를 냈던 한 아이는 결코 내가 잘 가르쳐서가 아니라 평소 엄마가 공부 습관을 잘 들여놓은 케이스였다. 얼마만큼 하면 좋겠는지, 얼마큼 할 수 있을지 아이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서 같이 계획을 세우고, 세운 계획은 반드시 지킬 수 있도로 항상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는 그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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