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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도 절제술, 생생 후기

by 라일락꽃잎 2024.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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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부터 유독 목감기를 달고 살았던 나는 미루다 미루다 드디어 결단을 내리고 편도 절제술을 받았다. 수술 자체는 그다지 어렵거나 위험 부담이 있는 수술은 아니라고 하는데 회복 기간이 너무 힘들었다. 편도 절제술을 고려하고 계시는 분들을 위해 생생한 수술 후기를 남기고자 한다.

 

1. 드디어 편도절제술을 결심하다

 

사람의 신체 부위 중 가장 민감하고 통증을 많이 느끼는 부위가 바로 편도라고 한다. 편도는 만 3세까지는 면역기관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즈음이 가장 크기가 커진다고 한다. 하지만 만 3세를 넘어서면 더 이상은 아무 기능을 하지 않기 때문에 크기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릴 때 유독 목감기를 자주 앓았던 아이들은 편도에 염증이 생겨 붓고 가라앉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편도가 다른 아이들보다 커지기 마련인데 이것을 "편도 비대증"이라고 부른다. 편도 비대증이 되면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을 때 더욱 자주 목감기에 걸리게 되고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아도 쉽게 가라앉지가 않아서 정말 힘들다.

어릴 때부터 편도 비대증이 생겼던 나는 여름철 외에는 일 년 내내 목감기를 달고 살았던 것 같다. 감기에 걸려도 열이 난다던지 콧물이 난다던지 다른 증상은 없었다. 오직 목만 아프다. 근데 이 편도가 워낙 예민한 부위라 통증이 상당하다. 한 일주일 고생, 고생해서 겨우 나았다 싶으면 또 재발의 재발을 반복했다. 그때도 수술을 고려해 보는 것이 어떠냐는 권유를 받기도 한 것 같은데 막상 하지는 않았고, 도저히 이대로 못 살겠다 싶어서 서른 살이 되어서야 드디어 수술을 결심하게 되었다.

 

2. 수술 자체는 간단하다

 

10대 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서 많이 하는 수술인데 수술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한 때가 마침 그때쯤이라 대학병원에서는 몇 달을 기다려야 차례가 돌아온다고 했다. 위험한 수술은 아니니 전문적으로 이 수술을 많이 하고 입원실이 있는 개인병원을 소개받았다.

수술 전 여러 가지 검사를 하고, 수술 날짜를 잡은 후에는 감기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감기약을 처방해 준다. 수술 전 또 목감기에 걸려 편도가 부으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약을 먹었는데도 나는 수술 전 또 목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다시 수술 날짜를 잡아야겠지 생각하고, 일단 수술 준비 시간에 맞춰서 병원으로 갔다. 담당 선생님은 날짜를 미룬다고 해서 그 사이 또 목감기가 안 걸린다는 보장도 없으니 그냥 하자고 하셨다. 편도가 부운 상태에서 절제 수술을 하면 아무래도 피가 더 많이 튀기는 하지만, 수술이 불가능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입만 크게 벌리면 편도는 밖으로 나와있는 부위이니 수술은 복잡할 것이 없다. 레이저로 편도를 절제하고 자른 부분을 태워서 출혈을 막으면 끝인 것 같았다. 하지만 피가 꽤 나기도 할 것이고 편도를 자르는 소리도 다 들릴 테니 어지간히 담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거의 전신마취를 한다고 한다.

수술실로 들어가 베드에 누었고 셋까지 세보라고 한 것 같은데 하나, 둘까지만 세었던 기억이 나고, 눈을 떠보니 병실에 누워 있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난 것 같다.

 

3. 엄청나게 힘든 회복 과정

 

첫날은 무통주사를 달고 물 한 모금 먹을 수 없다. 너무 입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나면 거즈에 물을 적셔 잠시 입에 가져다 대는 정도만 가능하다.

당일날은 아직 큰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드디어 끝났다는 안도감에 TV를 보다가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다음 날부터 고통의 수치는 점점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 아픔을 뭐라고 표현할까... 가시밭을 맨 발로 걸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 그 예민한 편도는 이제 내 목구멍 안에 없지만 잘라낸 통증은 상당하다.

식사는 차가운 흰 죽에, 연 두부, 아주 부드러운 계란찜, 신맛이 나지 않는 물김치 국물 정도만 가능하다. 무조건 차갑고 부드러워야 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껌을 씹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곧 입이 굳어서 안 벌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시거나 맵거나 조금이라도 목에 자극을 주는 것을 먹으면 안 된다. 그래서 포도 주스는 되고 오렌지 주스는 안 된단다.

가장 좋은 것은 아이스크림!  부드럽고 차가우니 목의 부기를 가라앉혀 주는데 가장 좋다. 그렇기 때문에 이 수술은 무조건 여름에 해야 한다. 한 겨울에 차가운 죽과 아이스크림만 한 달 동안 먹어야 한다면 정말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통증의 수치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10일쯤 되면 최고치를 찍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입이 잘 안 벌어질 지경인데 그래도 또 가시밭길을 맨 발로 걷는 느낌으로 차가운 죽을 목으로 넘겨야 한다. 죽을 먹어야 진통제, 붓기 가라앉히는 약, 항생제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약을 한 알씩 넘기는 것도 몹시 고통스럽지만, 먹고 나면 좀 견딜만해진다. 하지만 약이 독하기 때문에 속도 안 좋고 물속에 있는 듯 몽롱해진다.

수술 후 3~4일 만에 출근도 한다는데 나는 거의 시체처럼 하루 종일 누워만 있었다. 수술 후 상태 체크를 위해 병원도 여러 번 더 가야 한다.

2주 정도 지나면 이제 헛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차가운 흰 죽 그만 먹고 따뜻한 밥이 먹고 싶어 진다. 저놈의 연두부 그만 먹고 얼큰한 김치찌개나 짬뽕, 라면 생각이 간절하다. 의사 선생님께 조심해서 조금만 먹으면 안 되냐고 여쭤봐도, 그러다가 수술한 부위에 자극이 가서 출혈이 나면 재수술을 해야 하는데 그때는 문제가 심각해진단다. 4주는 절대 먹지 말라고 당부해도 말 안 듣고 다시 수술하는 환자들이 가끔 있다고 한다.

드디어 약속했던 4주가 지나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바로 자극적인 것을 마음대로 막 먹어도 되는 것은 아니고, 쌀밥과 부드러운 생선 종류, 그리고 소심하게 김치 한 조각 정도 먹기 시작했다.

원래 이 수술의 회복은 자신의 몸무게의 10%가 빠져야 끝난다는 말이 있다. 나도 정확하게 5킬로가 빠졌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점.... 한 달간 죽만 먹다가 밥을 먹기 시작하니 소화가 전혀 되질 않았다. 배는 엄청 아픈데 화장실 문제도 해결이 되질 않았다. 따뜻하게 배 마사지도 해 주고 운동도 열심히 하니 조금씩 제자리를 찾기는 했지만 엄청 고생했다.

여기까지가 끝이다.

4. 지겨운 목감기는 이제 그만~

 

정말 힘들었지만 누군가 다시 하겠냐고 물으면 망설이지 않고 하겠다고 할 것 같다. 어릴 때 수술하면 회복기간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니 엄마, 아빠가 안 시켜준다고 해도 내가  하겠다고 우길 것 같다.

수술 후에는 일 년 내내 달고 살았던 그 지긋지긋한 목감기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감기를 안 하니, 일 년에 거의 한 번도 감기를 앓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점은 우리 몸으로 바이러스가 침범했을 때 먼저 통증을 느낄 편도가 없기 때문에 목구멍 안 쪽 깊은 곳에 후두염이 걸려도 잘 모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후두염은 상당기간 약을 먹어도 더 잘 안 낫는다. 평소 목 안을 더 청결히 유지하고 면역이 떨어지지 않도록 과로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상 너무 힘들었지만 목감기를 달고 사시는 분이라면 강력 추천하고 싶은 "편도 절제술"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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