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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유용한 지식

제왕 절개, 생생 후기

by 라일락꽃잎 2024.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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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딸아이의 생일이다. 결혼이 많이 늦었던 나는 감사하게도 결혼하자마자 임신이 되어, 너무 예쁜 딸을 낳았고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흘러 벌써 초등학생이 되었다. 벌써 딸아이의 여덟 번째 생일을 맞이하고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8년이나 시간이 흘렀지만 출산일의 경험은 아직도 너무나 생생해서 제왕절개를 앞두고 여러 가지로 생각이 복잡하실 산모님들을 위해서 아주 오래된 후기를 남기고자 한다. 결론은 별로 힘들지 않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는 것이다.

1.  자연분만 대신 제왕 절개를 선택하다

 

40이 넘어 출산을 하게 되었으니 자연분만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처음부터 나는 제왕절개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수술 경험이 풍부하실 것 같은 나이 많은 의사 선생님을 택했다.

흔히들 "자연분만은 일시불, 제왕절개는 후불제"라고 한다. 그만큼 제왕절개의 후유증은 길다는 이야기다. 물론 평균 하루 정도만 엄청난 진통을 참아내면 아이에게도 좋고 산모의 회복도 빠르다는 자연분만을 고려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40이 넘었으니 아무래도 젊은 산모들처럼 골반이 잘 벌어지지 않아 난산이 되면 어떻게 하나 겁이 났다.

담당 의사 선생님께 여쭈어보았더니 왜 그런 걱정을 먼저 사서하고 있느냐... 막달에 아이가 잘 내려오는지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하면 되니 그때까지는 자기만 믿고 컨디션 관리만 잘하고 있으란다...

참, 선생님도... 그래도 자연분만을 할 것 같으면 여러 가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것 같은데, 더 이상 물어보지도 못하게 하신다.

초기 입덧이 너무 심했던 것 이외에는, 많이 노산이긴 하지만 별 이벤트 없이 계속해서 컨디션이 좋았던 나는 출산 준비물까지 완벽하게 다 준비하고 막달을 기다렸다.

드디어 출산예정일이 3주 정도 남았을 때 일단 내진을 한 번 해보자고 하셨다. 자연분만을 하게 되면 수없이 하게 될 내진... 처음 당해보는 것이었는데 아프기도 하고 정말 기분이 별로였다. 아직 아이가 내려올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있다고 하셨다.

근데 문제는 내가 양수양이 꽤 많다는 것이었다. 양수과소증이나 양수과다증이라고 분류될 수치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양수양이 평균보다는 꽤 많은 편이라고 하셨다. 양수양이 충분하면 아이는 뱃속에서 편안하고 안전하지만 막달에 배가 지나치게 많이 부르게 되어 산모가 많이 힘들고 심하면 호흡곤란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40주를 채우지 않고 조금 먼저 나온다면 자연분만을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지금 상태를 봐서는 40주를 넘길 것 같고, 그렇게 되면 산모가 너무 힘들어지니 38주쯤 수술을 하자고 하셨다.

 

2. 수술 예약 후 아무 생각이 없어짐

 

그때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나온 한마디 말은 "저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요"였다. 의사 선생님은 웃으시면서 그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란다.

일단 남편부터 찾았다. "여보 나 어떻게 해?" 남편인들 태어나 처음 겪어보는 일, 당연히 머리가 하얘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일단 정신을 수습하고 철학관부터 찾았다. 요즘은 사주 안 따지시는 분들 많으시겠지만, 제왕절개의 유일한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가장 좋은 날짜와 시간까지 받아서 수술 예약을 했다.

아침에 낳는 것이 제일 길하다고 해서 수술 시간을 아침 9시로 잡았더니 그럼 전 날 밤에 입원을 하라고 했다. 집과 병원과의 거리가 5분밖에 안 되니 새벽에 와서 바로 수술하면 안 되겠냐고 물었더니 그럼 여러 가지 검사도 해야 하니 새벽 6시까지 오라고 했다.

굳이 전 날 입원을 하지 않은 것은 도저히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집에서도 누워는 있었지만 나도 남편도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새벽에 병원으로 향했다.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가 있었기 때문에 떨린다거나 무섭다거나 그런 감정은 전혀 느낄 수가 없었고, 수없이 많이 읽어두었던 제왕 절개 후기 같은 것도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3. 수술 전 하는 것들

 

일단 여기 병원은 굴욕 삼종 세트 중의 하나라는 관장은 하지 않았다. 어제 변을 많이 보았기에 하지 않아도 별 이상이 없을 것 같기는 했다. 꼭 해야 한다고 하는 병원도 있다고 들었는데 선택사항인가 보다.

그리고 제모... 간호사 언니가 친절하게 잘해 준다. 조금 있으면 수술대에 오를 생각에 같은 여자가 해 주는 제모도 전혀 굴욕스럽지 않았다. 소변줄 연결도 잠깐이면 끝났다.

그리고 항생제가 잘 맞는지 미리 검사를 했는데 이 과정이 상당히 아프고 고통스러웠다는 분들도 많았는데 나는 1도 아프지 않았다. 정말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가 있었나 보다.

마지막 태동 검사로 아이가 잘 놀고 있음을 확인하고, 링거를 치렁치렁 매달고 나는 수술실로 걸어 들어갔다. 뒤 돌아보니 남편의 얼굴이 거의 실신할 것 같은 표정이라 "여보, 나 잘하고 올 게~ 파이팅!" 누가 누구에게 파이팅이라는 건지 밤새 잠을 한숨도 못 잤음에도 나는 이상하게 나의 내부에서 무한한 힘이 솟아오르는 느낌이었다. 아마 그것은 내가 씩씩하고 의연해야 뱃속의 아기도 편안감을 느끼고 안전하리라는 본능적인 모성애였던 것 같다.

두둥~ 이제는 남편의 얼굴도 볼 수 없는 차가운 수술 방으로 들어갔다. 수술방까지 나를 데려다준 간호사 선생님은 정기 검진 때마다 늘 보는 따뜻한 언니였지만, 수술방에서 처음 보는 간호사님들은 왠지 살벌한 느낌, 하지만 절도 있는 베테랑 포스를 풍겨 믿음감이 갔다. 마취과 선생님이 먼저 대기하고 계셨다.

수술대 위에 눕자 하반신 마취를 위해서 옆으로 새우등 자세를 취하라고 하셨다. 만삭이니 이 자세 취하기가 꽤 힘들다는 글도 본 것 같았는데 전혀 힘들지 않았고 노련한 마취과 선생님이 척추에 꽂아주시는 바늘이 아프다거나 불편하다는 느낌도 전혀 없었다.

수술방은 감염을 막기 위해 온도가 차가운 데다가 수술복 안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아서 많이 추웠다는 후기도 읽은 것 같은데 별로 춥지 않았다.

근데 마취약이 들어가자 구토가 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역시 노련한 간호사 언니들은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려 구토물을 받아주었다. 아무래도 수면 마취를 해서 한숨 자는 동안 수술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물음에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아기가 태어나는 그 순간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하고 나니 속은 금방 괜찮아졌다.

 

4. 드디어 건강히 출산

 

두둥~ 수술 시간 10분 전쯤되면 드디어 10달 동안 정기검진을 해 주신 담당 의사 선생님이 수술실로 등장한다. 하루에도 여러 번 하시는 수술일테니 선생님은 별 감응이 없으실지 몰라도, 나는 담당 선생님이 들어오신 것만으로도 너무 반갑고 안도감이 느껴졌다.

9시 수술인데 철학관에서 이왕이면 9시보다는 9시 5분이 좋다고 했다고 말했더니 쿨~ 하게 그럼 9시에 시작하자...라고 하셨다.

드디어 아무 느낌 없었지만 배를 가르는 것 같았다. 의사 선생님의 첫마디, " 아이쿠~ 이 양수 많은 거 봐라" 역시 자연분만은 무리였던 듯... 그리고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임신 확인 후, 처음 들었던 아이의 심장 박동 소리... 손톱만큼 작은 저 생명체의 심장박동소리가 어쩌면 저리도 빠르고 힘찰까... 눈물이 핑 돌았던 것처럼, 아이의 우렁찬 첫 울음소리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고 간호사님이 태명 한 명 불려주세요... 라며 아이를 내 심장 가까이 닿게 해 주셨을 때, 감사의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아이는 아빠를 만나고 씻기기 위해 다른 방으로 이동하는 것 같았고, 나는 후처치를 하느라 꽤 수술실에 더 누워있다가 회복실로 옮겨졌다.

 

5. 출산 후 병원에서 일주일

 

무통주사를 달고 있어 그런지 아픈 것도 모르겠고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난 것만으로 모든 걱정과 복잡한 심경들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수술을 위해 어제 저녁 10시 이후로는 물 한 모금 먹지 못 했고 금식은 다음날 오후 6시까지 이어졌지만 수액을 달고 있으니 배가 고프다거나 목이 마른 느낌도 별로 느끼지 못했다.

회복실에서 병실로 옮겨 가족들을 만나니 "아~내가 출산을 했구나"라는 실감이 이제야 나는 것 같았다. 담당 선생님도 들르셔서 힘들어도 자꾸 움직여야 몸에 혈전이 안 생기니 침대에 누워서도 계속해서 허리와 다리를 돌려주라고 하셨다.

나도 어서 내 아기를 보고 싶은데 가족들이 찍어다 주는 사진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소변줄을 달고 있는 데다가 그렇게 배를 많이 갈랐으니 일어날 수 있을 턱이 없었다.

소변줄은 새벽에 간호사 언니가 제거했기 때문에 그때부터는 어떻게 해서든 일어나서 걸어야 화장실을 갈 수 있다. 하지만 걷는 것은 그다음 문제고 침대에서 누워있다가 앉는 데만 해도 과장 일도 없이 1시간이 걸렸다. 몸의 중심부인 복부에 전혀 힘을 줄 수가 없기 때문에 일어나지지가 않는다. 난간과 링거대를 붙잡고 어찌어찌 일어나서 화장실로 걸어갔는데 변기에 앉는 동작도 여의치 않고, 다시 일어나는 동작도 마음대로 잘 안 된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하게 되니 염려할 것 없다. 일단 일어서기만 하면 링거대를 붙잡고 걷는 것은 그런대로 할 만하고 어쨌든 신생아실에 누워있는 내 새끼를 보러 가기 위한 초인적인 힘이 나온다.

무통을 맞고 있어도 너무 아프면 참지 말고 더 빨리 약이 나오도록 누르거나, 진통제를 놓아 달라는 후기가 많았는데, 나는 한 번도 진통제를 맞지 않았고 무통주사를 빼고 나서도 맞을 때와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나 같은 사람도 있고, 한기와 오한이 들며 너무 힘들었다는 사람도 분명 있기는 하다. 어떨지는 당해봐야 아는 것이니 미리 너무 겁내지 마시길 바란다. 설사 많이 힘들다고 한들, 어디가 아픈 것이 아니고 큰 수술을 받느라고 몸이 놀라서 그런 것일 수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점차 가라앉을 것이다.

게다가 제왕절개를 했어도 며칠 있으면 모유가 돌기 시작하기 때문에 수유콜을 받고 유축도 하려면 정신없이 바쁘기도 하다. 내 생애 그렇게 많은 미역국을 먹기는 당연히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은데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고 계속해서 맛있었다.

 

6. 이제는 둘이 아닌 셋이서 집으로...

 

그렇게 일주일을 입원해 있다가 드디어 아이와 남편과 집으로 올 수 있었다. 친정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안 계셔서 언니들의 도움을 받으며 산후도우미 아주머니를 3주간 집으로 불려서 집에서 몸조리를 했다. 남편은 아무것도 신경 안 써도 되는 산후조리원을 권했지만 낯선 조리원보다는 내 집이 심리적으로 편하고 좋았다. 

앉았다 일어서는 것이 힘든 것은 한달 정도는 지속된 것 같다. 조금씩 나아지니 너무 마음 급하게 먹지 마시길...

그리고 신생아는 처음에는 수유를 하는 시간 외에는 거의 하루 종일 잠만 잔다. 그러다가 점차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서 잠투정을 하기도 하고 도대체 무엇이 불편한 것인지 끝없이 울어대서 난감해지기도 하는데, 그 사이 엄마의 몸도 많이 회복이 되고 또 시행착오를 통해서 울음을 통해 표시하는 아기의 요구사항도 잘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모든 것은 신이 주신 "엄마"라는 고귀한 타이틀로 다 잘 해낼 수 있으니, 전국의 출산을 앞두신 산모님들 미리 걱정하지 마시고 아무쪼록 모두 순산하시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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