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되면 담임선생님과의 면담의 시간도 있을 것이고, 학부모 참관수업도 실시된다. 그전에 올해 학교 전체를 이끌어갈 총학생회장단을 뽑는 선거가 있을 텐데, 주로 5, 6학년 학부모 중에 선출되고, 단일 후보인 경우가 많아 투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별 반대가 없으면 그대로 통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별 이해관계는 없는 저학년 학부모님, 특히 1학년 어머니들은 꼭 참석을 해야 하는지 망설이게 된다. 나도 작년에는 별로 가고 싶지 않아서 고심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학부모 총회, 꼭 가야 하는 걸까?
1. 우리 집의 경제력을 보여주려면 명품백쯤은 들고 가야?
친한 엄마가 나도 당연히 갈 거라고 생각했는지 같이 가자고 전화가 와서 처음에는 거길 왜 가야 하는 거야?라고 말하고 끊었다. 근데 어? 나만 안 가는 건가? 대부분 엄마들이 다 가나? 그럼 아이를 위해서 나도 가야 하는 거야? 별의별 생각이 다 들기 시작해서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인터넷을 찾아보다 읽었던 한 황당한 기사는 학부모 총회는 그냥 모임이 아니고, 우리 집의 경제력이 결코 뒤처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자리로 그날을 위해 명품백까지 구매한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그런 학교가 있어서 그런 기사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명품백은 안 들고 가더라도 일단 엄마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날인 것은 맞나 보다 생각하고 최대한 단정하게 차려입고 나도 참석은 했었다. 딸아이의 학교는 와~ 저 엄마네는 굉장히 부잣집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요란하게 차려입고 온 엄마는 아무도 없었다.
2. 총학생회장단과 반대표도 같은 날 정한다
서두에서 밝혔듯이 총학생회장단 선거는 형식적인 것이고 별 이해관계가 없으신 어머니들이 대부분이다. 투표를 하기 위해서 간다기보다는 담임선생님께 눈도장을 찍기 위해 간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워킹맘들이 굳이 참석을 하자면 반차를 써야 할 것 같은데 가능하면 참석하는 것이 담임선생님도 뵙고, 같은 반 어머니들과 인사도 나누고 아이들 교실도 둘러볼 수 있게 돼서 좋긴 할 것 같다. 아이들이 다 하교한 후, 일정이 잡혀 있기 때문에 우리 엄마는 안 왔네... 참석 안 한다고 아이가 위축이 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강당에서의 행사 다음 아이들의 교실로 이동해서 같은 반 친구들의 어머니들도 만나 보게 되고, 학교마다 다를 수도 있겠지만 반대표와 학년 대표 엄마를 뽑게 된다. 워킹맘이 많은 요즘, 자원하는 어머니가 거의 없어, 담임선생님께서는 누구 한 분이 지원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 하시며 잠시 자리를 비워주셨다.
옆 반은 거의 20명 가까운 어머니들이 오신 것 같은데 작년 딸 아이반은 나 포함 5명밖에 오지 않았고 당연히 아무도 지원자가 없었다. 녹색어머니회 활동, 급식 식재료 검수 등 반대표 엄마로서 해야 할 일들이 몇 가지 적힌 리스트를 나누어주셨는데, 힘든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고, 별 대단한 감투도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반대표에 자원을 했다.
그나마 리스트에 적힌 활동도 안 하는 경우가 많아 1년 동안 정말 하는 일이 너무 없어 송구스러울 지경이었는데 담임 선생님께서는 매번 너무 감사해하셨다. 그 이유는 내가 정말 아무 활동도 안 했기 때문이다.
같은 반이 되었다는 이유로 반대표 엄마를 중심으로 전체 엄마들끼리 전화번호를 공유하고 단톡방까지 만들어 문제가 되는 경우를 실제 보았기 때문이다. 딸아이의 담임선생님께서는 어떤 문제나 건의 사항이 있으면 자신에게 바로 이야기를 해 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만큼 많은 엄마들의 입소문을 거치게 되면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여러 가지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여지도 있고, 담임 선생님께서 소신껏 반을 이끌어 나가시는데도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3. 선생님께 최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이 결국 내 아이를 위한 것이다
담임 선생님께 항상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고 최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은 바로 내 아이를 가르쳐 주고 계시는 "스승"이시기 때문이다. 세상이 너무나 많이 변했고, 교사의 사회적 지위나 연봉 정도는 우습게 생각될 만큼 큰 부를 가지고 계신 학부모님들도 물론 많을 것이다.
하지만 교사라는 직업은 단순한 직업이기 이전에, 사람을 가르치는 "성직"인 사회 분위기를 다 같이 만들어 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학습적인 것은 사교육 시장을 통하면 얼마든지 더 좋은 성적이 나오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학교는 미숙한 어린아이들을 사회의 바른 구성원으로 키워내는 사명감이 가장 중요한 곳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상당수가 아무도 양보하지 않으려 한다. 그 누구도 나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절대 참지 않는다. 상대가 선생이라고 해도 법을 들먹이면서 교육청에 고발하겠다는 말들이 너무 쉽게 나온다. 내 지인들 중에도 실제 교사를 하고 있는 분들이 꽤 있는 편인데 "솔직히 말해 정말 사명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바르게 키워야겠다는 다짐보다는 그저 시끄러운 일없이 올해도 별 탈 없이 지나가기만 하면 좋겠다"라는 말을 실제로 많이 한다.
물론 교사도 사람이니 때로는 규칙을 어기거나 잘못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그런 경우가 생겨 담임 교체나 전근 등 불미스러운 사고가 생긴다고 해도, 다 같이 조심해서 큰 소문을 크게 만들지 않도록, 아이들이 학교와 선생님의 가르침을 언제나 존중하고 감사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솔선수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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