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하정훈의 삐뽀 삐뽀 119 소아과"의 도움을 받으신 분 정말 많을 것이다. 소아과 원장님이신 하정훈 선생님은 말씀도 참 조리 있게 잘하시는데, 의사로서 의학적인 면에서 많은 도움을 주시는 것은 물론, 아이들을 키우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의문점과 어려움에 대한 solution도 많이 제공해 주신다. 오늘은 하정훈 원장님의 "이중언어와 영어 조기교육"에 관한 강의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영어 유치원, 학비 부담은 크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아이들이 3~4세가 될 즘이면 영어유치원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가정들이 꽤 많다. 일단 기본 학비만 최소 100만 원... 이것은 정말 최소의 금액일 뿐이고, 이것저것 다 합하면 월 200~300만 원 이상은 드는 것 같다.
영어유치원은 국가에서 유치원으로 분류하는 교육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학원으로 등록되어 있고, 국가에서 보조금은 전혀 내려오지 않는다. 사립유치원도 국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 이후로, 일반유치원의 한 달 원비가 20만 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비용이 드는 것이다.
이렇게 큰 비용을 3년간이나 부담하면서 영어유치원을 보내시는 어머니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근데 과연 그만큼의 효과가 정말 있기는 한 걸까? 당연히 있다. 5세와 6세 초반 정도에는 그 효과가 눈에 뜨이게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냥 영어 노래 몇 곡 흥얼거리는 정도이고 특별히 영어를 잘하게 되었다는 느낌이 없어서 돈만 많이 날리는 것 아닌가 하소연하는 엄마도 있다.
하지만 그 1년에서 1년 반 정도의 시기는 그야말로 귀가 트이게 하는 시기인 것이다. 하루 종일 원어민 선생님과 생활하면서 하루 5~6시간을 꾸준히 영어에 노출되었던 아이들은 6세 후반이 되면서부터 본격적인 레벨 테스트와 시험 등을 거치고, 7세 반으로 올라갈 즈음에는 엄마들이 꿈에 그리던 free talking을 자유자재로 하게 된다고 한다.
2. 영어 조기교육으로 영어가 모국어가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하정훈 원장님은 이중언어와 영어 조기교육의 차이점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셨다. 이중언어는 흔히들 말하는 바이링구얼, 즉 모국어가 두 개가 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국제결혼을 한 경우, 엄마는 한국어를 아빠는 영어를 사용한다면 (엄마, 아빠 두 분이 대화할 때 어떤 언어를 쓰는가는 별 상관이 없다) 아이는 자연스럽게 한국어에도, 영어에도 노출이 되게 되고, 두 언어 다 아이에게는 모국어가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케이스도 있을 수 있다. 부모님들의 모국어와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아이가 자라나게 된다면 가족 내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이웃들과 사용하게 되는 언어 두 가지가 다 모국어가 되게 되므로, 이중언어를 습득하게 된다.
아이들의 두뇌 발달에 언어발달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는 분이 없을 것이다. 이중언어의 습득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서 가능하면 신생아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 제일 좋고, 언어 중추 발달이 폭발적으로 이루어지는 2세 이전에 그 기초를 익히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결코 혼동해서는 안 되는 것은 영어 조기교육은 절대로 이중언어 습득을 위한 교육은 아니라는 점이다. 학습에는 암묵적 학습이 있고, 명시적 학습이 있는데, 표현 그대로 저절로 그냥 익히게 되는 것이 암묵적 학습이고, 가르쳐야 익힐 수 있는 학습이 명시적 학습이다. 인간이 모국어를 습득하는 과정은 명시적 학습이 아닌 바로 암묵적 학습인 것이다. 아무리 영어유치원에서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도, 이 아이들의 모국어는 한국어이지, 영어도 모국어가 될 수는 없다. 그렇게 되려면 하원 후, 집에서도 영어로만 대화해야 할 것이다.
3. 모국어의 문해력이 떨어지는 아이들
영어유치원을 적극적으로 찬성하시는 분들은 언어교육에는 결정적 시기가 있으니, 그 시기를 절대 놓치지 말고 영어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또한 아이들의 두뇌에는 한국어의 방, 영어의 방이 따로 있으니 각기 맞는 방으로 저장되어 기억되므로 혼동의 현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중언어 중의 하나로 영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닌 경우, 모국어인 한글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문해력이 떨어져 어떤 과목이든 문제 자체를 이해 못 해 틀리는 아이가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집집마다 이전에 비해 많은 사교육을 시키고 있는데 아이들의 모국어 실력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일까?
여기에는 많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너무 많은 미디어에 노출되고 있는 점, 비속어, 약어 등이 남발되는 tv와 핸드폰, 사고력을 키우는 능동 학습보다는 수동 학습에 가까울 수밖에 없는 온라인 교육, 80% 이상이 한자의 영향을 받는 한글임에도 불구하고 한자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점 등이 그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4. 영어 조기 교육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모국어 습득
영어유치원을 보내 아이가 어릴 때부터 영어를 유창하게 잘하게 되는 것을 비난하거나 말릴 의도는 전혀 없지만, 어차피 영어유치원을 보낸다고 영어가 모국어가 될 수는 없으니, 초등학교 입학 전이라면 모국어에 최대한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공부머리를 만드는 데도 훨씬 유리할 수도 있다.
아이들의 머리에 두 개의 언어의 방이 있다면 모국어 방을 먼저 통과하고 영어의 방으로 가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모국어 방을 지날 때도 얼른 영어의 방으로 넘어가기 위해 쓱 그냥 통과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수많은 보물들을 다 찾고 난 뒤, 다음 방으로 넘어가야 한다.
어릴 때부터 영어가 유창한 아이들이 부러울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각자의 나이대에 알아야 하는 한글 어휘부터 정확하게 다 이해하고 있는지, 그것부터 제대로 챙기는 작업이 반드시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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